미국에 대한 공포는, 미국이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한국과 미국의 국력 차이를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불가하다는 패배주의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13척의 배만 가지고 있는 한국이 어떻게 130척 넘는 배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싸울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번 관세협상 결과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공미에 기초하는 미국에 대한 패배주의가 심각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이 하루빨리 공미에서 해방되지 못한다면 한국은 앞으로도 계속될 미국의 압박과 수탈을 막아낼 수 없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다변화다. 지금까지 한국은 일극 패권국가 미국에게 순종하면서 미국에 편승하는 길을 걸어왔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을 극단적으로 맹종하면서 러시아, 중국 등과의 관계를 고의적으로 악화시켰다. 중국이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설사 중국이 미국과 교역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괜찮다는 자신감이다. 실제로 중국은 대미 수출과 경제협력은 줄이는 반면 러시아,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 대한 수출과 경제협력은 늘리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없어도 괜찮도록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한국이 러시아와 중국, 브릭스 진영, 글로벌 사우스 등과 관계가 좋았다면 중국처럼 미국에 맞설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 외에도 수출을 하거나 경제협력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재명 정부가 다변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탄생하기 전부터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한중 관계 정상화를 극력 방해했다.
세 번째는 남북관계 회복 혹은 정상화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유엔의 북한대표부를 통해 친서를 보내려 했지만 북은 그의 서신을 받는 것조차 거부했다. 이런 조건에서 만일 한국이 북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혹은 북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면, 트럼프는 이재명 정부에게 북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매달리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약화시켰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남북 관계는 역사상 최악이다. 남과 북의 관계 개선은 한반도 리스크를 제거하고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러시아, 중국 나아가 브릭스 진영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남과 북 사이의 적대관계를 하루빨리 극복하지 못한다면, 북중러 동맹과 한미일 동맹 간의 갈등과 충돌에 휩쓸려 들어갈 위험이 커지고 그 결과 북의 동맹국인 러시아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흡족해하면서 강도질을 그만둘까? 그렇지 않다. 트럼프는 상대방이 고분고분하게 나오면 잘 대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 벗겨 먹으려고 달려드는 인간이다. 한국의 전래동화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의 지구촌 약탈로 미국의 위기가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떡을 다 빼앗을 때까지 계속 수탈할 것이고 떡이 떨어지면 한국을 잡아먹으려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의 한미 관세협상은, 트럼프 입장에서 볼 때는, 단지 첫 발을 뗀 것일 뿐이다. 불평등한 한미관계, 좀 강하게 말하자면 한국의 미국에 대한 예속 관계를 재조정하고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미국에게 계속 수탈당해 결국에는 망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설사 미국이 한국 경제에 해를 끼친다 하더라도 안보 차원에서는 도움을 주므로 참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제국주의 종주국으로서의 미국의 본질을 알지 못하거나 그것을 애써 부정하기 위한 헛소리다. 한국인들이 아무리 하소연해도 트럼프가 강도질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한국인들이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미국이 지금까지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해 온 것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위해서였다. 이것은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트럼프는 한국인들이 아무리 필사적으로 매달려도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며 나아가 한국을 미국의 방어대상에서 제외할 것임을 의미한다.
2025년 8월 2일자 보도에 의하면, 한 외교 소식통이 2025년 7월 31일의 루비오-조현 회담에서 미국 국무부장관 루비오가 ‘애치슨 라인’을 언급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의 우려대로 트럼프 정부는 중국, 북한과의 전쟁이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한국과 대만을 미국의 방어선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은 미국을 하늘처럼 믿고 미국에 의존하면서 추종하는 것이 한국의 붕괴와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미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하여 평등하고 호혜적인 한미관계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 한국이 미국에 대한 예속성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