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도내 일선 시군들이 인구 감소와 저출산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전북형 반할주택’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전북도와 남원시, 장수군, 임실군, 그리고 전북개발공사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1단계 사업의 닻을 올렸다. 이번 협약은 인구소멸 위기에 내몰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과 신혼부부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주거 안정이다. 높은 전·월세 부담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는 현실에서 ‘반할주택’은 이름 그대로 ‘반할 수밖에 없는 주택’을 지향한다. 임대보증금 무이자 지원, 시세 절반 수준의 임대료, 그리고 무엇보다 한 자녀만 출산해도 월 임대료 전액을 면제하는 파격적 혜택은 전국에서도 유례없는 파격적 정책이다. 기존의 다자녀 가정 위주 정책을 넘어 출산 장려의 문턱을 낮추려는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정책의 성공은 숫자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청년들이 이곳에 ‘살고 싶다’고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 주거비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반할주택은 그저 값싼 임대주택에 머물 위험이 크다. 청년이 머무를 이유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공급 물량이 늘어도 정작 채워질 사람은 없다.
따라서 도와 일선 시·군은 이번 사업을 단순한 건설 프로젝트로 보아서는 안 된다. 반할주택을 거점으로 지역 내 청년 창업 지원, 육아 인프라 확충, 생활 편의시설 확장 같은 종합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 자녀 출산만으로 혜택을 준다는 파격적 조건이 실효를 거두려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이 지역에서 긍정적 경험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형평성 문제다. 반할주택에 입주한 가구와 그렇지 못한 가구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 정책 대상이 되는 청년과 신혼부부 외에도 다자녀 가정, 귀농·귀촌 세대, 고령층 등 지역사회 다양한 계층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반할주택이 지역균형 발전과 사회 통합을 위한 발판이 되려면 보다 넓은 차원의 주거 복지와 연결되어야 한다.
전북은 이미 전국에서 인구소멸 위험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다. 저출산·고령화의 파고 속에서 젊은 세대를 붙잡지 못한다면 지역 소멸은 더 이상 추상적 우려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 된다. ‘전북형 반할주택’은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업의 진정한 성과는 제도적 장치와 행정적 지원이 청년들의 삶 속에 실제 변화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청년이 모여들고 신혼부부가 정착하며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지역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전북의 미래는 그 길 위에 달려 있다. 전북도가 제시한 반할주택이 단순한 주거 지원을 넘어 ‘살고 싶은 전북, 아이 키우기 좋은 전북’을 실현하는 상징적 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