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전임 시장 때 추진된 남원관광단지 테마파크 사업을 현 시장이 중단시켰다가 법원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400억 원대의 손해배상 부담을 시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남원시는 항소심 패소 직후 대시민 사과문을 내고 재정 부담을 줄일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이미 늦은 사과다. 근본적 원인은 시 행정의 섣부른 판단과 독선적 결정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 사업은 지난 2017년 민간사업자가 모노레일·짚와이어 등 테마파크 시설을 광한루원 맞은편에 조성한 것으로, 남원시와 협약을 맺고 진행된 정당한 개발 사업이었다. 그러나 2022년 최경식 시장이 취임 직후 감사를 지시하고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사업은 표류했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다. 그 결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남원시에 408억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을 경우 배상액은 470여억 원에 달한다. 이는 사실상 남원시민 모두가 떠안아야 할 청구서다.
남원시는 그간 “사업 협약에 문제가 많아 바로잡겠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정작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이 합리적 근거와 법적 타당성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시민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행정 전반의 의사결정 구조가 가진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사업 추진 과정의 위험 요인 검토, 법적 리스크 관리, 협약 조건의 정밀한 분석 등 기본적인 행정 절차가 소홀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행정의 독선과 무능이 결합하면 결과가 얼마나 참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원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단순한 사과에 그칠 것이 아니다. 우선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시민의 혈세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배상 과정과 재정 대책을 전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투명성과 신뢰 회복은 필수적이다. 나아가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심사 및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성급한 행정 판단이 결국 400억 원대라는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귀결된 이번 사건은, 남원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지자체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례다. 정책적 판단은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안정성을 무시한 채 독선적으로 추진하거나, 반대로 정당한 사업을 근거 없이 뒤엎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시민이 낸 세금은 행정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 남원시는 이번 사태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다시는 시민이 억울하게 피해를 떠안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뒤늦은 사과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