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가 ABCDEF(인공지능, 바이오, 콘텐츠, 방산, 에너지, 미래공장) 전략산업에 ‘규제 제로화’를 더해 새만금을 ‘글로벌 메가샌드박스’로 조성하겠다는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육성책을 넘어 전북이 국가 균형성장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기회가 던진 성과는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새만금은 지금부터 국가 전략의 성과를 가장 먼저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서 있다.
새만금은 이미 291㎢에 이르는 국내 최대 매립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항만·공항·도로 등 국가 SOC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 RE100을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능력은 다른 지역이 수년간 준비해야 할 조건을 앞질러 갖췄다. 따라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K-방산 테스트베드, 의료용 헴프 산업, K-푸드 수출허브 등 차세대 산업 실증의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메가샌드박스’는 기존의 규제샌드박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정 기업이나 제한적 사업에만 적용되던 규제 특례가 아니라, 광역 단위 전체를 포괄하는 전면적 규제 재설계가 핵심이다. 기업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신산업을 현실화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전북도가 정부 정책에 발맞춰 ‘ABCDEF+G(글로벌 메가샌드박스)’ 비전을 수립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새만금은 지난 수십 년간 지체된 개발 역사 때문에 도민에게 ‘느린 지역’으로 인식돼 왔다. 이번에도 준비만 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그 누구도 새만금을 혁신의 전초기지로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당장 하반기부터 규제 특례 목록 구체화, 국회·정부 공동 건의, 법령 개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가 완비되기 전에 시범사업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먼저 보여주겠다는 전북도의 계획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 역시 속도전이다.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국내외 선도 기업들은 단기간 내 입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미 투자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전북이 선제적으로 제도와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지역으로 눈길을 돌린다.
새만금이 ‘국가 실험무대’로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수도권과 특정 지역에 집중된 첨단산업구조를 재편하고 대한민국의 균형성장 전략을 가시화하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새만금에서 규제 제로 환경과 첨단산업 실증이 성과를 거둔다면 이는 지역 격차 해소와 국가 전체의 혁신 역량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례가 될 것이다.
새만금은 더 이상 ‘미래의 땅’이라는 구호성 수식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현재의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전북이 균형성장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 대한민국이 첨단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는 새만금의 성패에 달려 있다. 정부와 전북도는 이 점을 무겁게 인식하고,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과 과감한 실행으로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