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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국제 탄소배출 시장 진입 발판 마련

세계 13억 마리 소 개체별 생산성과 탄소 배출량 관계 과학적 규명
전북대학교 이학교 교수(동물생명공학과) 연구팀이 전 세계 204개국, 약 13억 마리 소의 탄소배출량을 개체 단위로 산정할 수 있는 혁신적 모델을 개발해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모델은 농식품 부문이 1,26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시장(ETS)에 참여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며, 국제 저탄소 축산물 인증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방법론과 FAO(유엔식량농업기구)의 60년간 축적된 공공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성과 배출량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특히 소의 체중, 출하 연령 등 기본적인 데이터만으로도 배출량 계산이 가능해 고가의 장비 없이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활용할 수 있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경제적 격차로 인한 불평등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IF 10.0, 상위 6%)'최신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새 모델은 농가에 생산성 향상과 탄소저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저탄소 인증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고비용·복잡한 데이터 수집 문제를 해결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소고기 산업의 탄소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파급력이 크다.

한국은 이미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한 한우 사육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세계 최초 '저탄소 축산물(한우)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EU,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저탄소 인증제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국가 차원의 공식 산정 방법론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농업 부문은 배출량 산정의 한계로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배제돼 왔으나, 이번 성과는 농업 부문이 ETS 참여를 확대하고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학교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이 세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이 모델을 확산시키고 각국 축산업의 탄소저감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최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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