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가 위험하다. 도시의 품격과 정체성을 지켜야 할 시장이 오히려 그 뿌리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한옥마을 케이블카 사업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 사업이 아니다. 이는 전주라는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정과 내용을 보면 시민과 전문가 다수가 우려하는 이유를 외면한 채 개발에만 집착한 정책으로 읽힌다.
케이블카 사업은 경제성, 공공성, 절차적 정당성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 용역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기준치 1.0을 간신히 넘겼다는 점은 수익성 불확실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국 곳곳의 케이블카 사업이 적자 운영으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결국 막대한 사업비 부담은 혈세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전주시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도시의 정체성과 경관 훼손이다. 케이블카 노선은 기린봉, 동고사, 견훤왕궁터 일대를 관통한다. 이곳은 전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경관이 응축된 공간이다. 송전지주와 정류장을 세워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식은 전주의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내는 행위와 다를 게 없다. 관광객 몇 명 더 유치하기 위해 전주의 고유한 정체성을 희생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절차적 정당성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주민설명회는 형식에 그쳤고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케이블카 사업에서만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다. 전주천의 버드나무를 시민 의견 수렴도 없이 대규모로 베어내고 덕진공원 민간특례사업 역시 공원 보존보다는 아파트 개발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우 시장의 시정은 시민과 점점 멀어진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주체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우 시장을 공천해 당선시킨 정당이라면, 시정이 시민의 뜻과 괴리될 때 제동을 걸고 바로잡을 정치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전주가 특정 정치인 개인의 개발 프로젝트로 흔들리도록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것이다.
전주는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도시가 아니다. 시민이 살아가는 생활 공간이며 관광은 그 품격과 매력을 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 도시의 본질을 희생해 인공적 조형물로 치장하는 일은 미래에 대한 무책임한 도박일 뿐이다. 지금 시민이 궁금한 것은 케이블카가 실제로 설치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시장이 과연 누구를 위해 행정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범기 시장은 이제라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케이블카 사업이 전주 시민의 삶과 도시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취소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진정한 용기는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멈출 때 발휘된다. 전주의 미래가 시장 개인의 고집이 아니라 시민 합의와 도시 철학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케이블카 사업은 당장 중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