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가 방위산업을 미래 주력 산업으로 삼고 ‘방산혁신클러스터’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전주 탄소소재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첨단복합소재·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은 지역 산업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도와 시군,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 16개 기관이 참여한 이번 업무협약은 그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연결’과 ‘확장’이다. 소재 연구개발에 머물렀던 기존 역량을 부품과 완제품으로 확장하고, 산·학·연·관이 긴밀히 연결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방 분야는 높은 기술 장벽과 폐쇄적인 시장 구조로 인해 개별 기업의 단독 진입이 쉽지 않다.
전북은 이미 탄소소재 산업에서 축적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인프라, HS효성첨단소재 등 글로벌 수준의 기업 집적, 그리고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지속적 투자로 형성된 산업 기반은 타지역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여기에 현대로템 등 방산 분야 핵심 기업들과의 협력까지 더해진다면 첨단복합소재의 국방 적용 가능성은 한층 현실화될 것이다.
그러나 기대만으로 성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고리’를 얼마나 견고히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시장과 수익이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수요를 반영한 연구개발, 신속한 인증·시험 체계 구축, 그리고 방위사업청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도내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는 이번 클러스터 성공의 관건이다. 방위산업은 대기업 중심 구조가 강하지만, 소재·부품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들이 초기 진입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맞춤형 금융 지원, 기술 이전, 판로 연계 등 종합적인 지원책이 뒷받침돼, 실제 계약과 매출로 이어지는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아울러 앵커기업 유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기업이 자리 잡아야 산업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최근 현대로템 투자유치 성과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이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인 투자로 확산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규제 완화, 입지 지원, 인력 양성 등 전방위적인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번 방산혁신클러스터 공모 도전은 전북의 산업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다. 지정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구축되는 협력 네트워크와 실행 역량이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선언을 넘어 실행이다. 산학연 협력을 한층 더 촘촘히 엮고 기술을 산업 성과로 연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전북이 첨단복합소재 기반 방위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의 실천에 달려 있다. 준비된 기반 위에 과감한 실행이 더해질 때, 전북은 명실상부한 방산 첨단소재 공급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